양궁대표팀의 우승은 그래도 자랑이다.

이오공감의
<양궁대표팀의 지옥훈련은 결코 우리의 자랑이 아니다>
라는 포스팅에 덧글로 달려다가.. 너무 길어지기도 했고,
또 지난 번처럼 원치 않는 인물들이 내 바뀐 주소를 알게 될까봐
그냥 조용히 내 블로그에 올리련다.
(같은 이유로 트랙백하지 않음)

1. 네, 물론 지옥훈련은 자랑이 아니지요. 하지만 뭐랄까... 전체적으로 그저 스포츠중계를 보면서 즐길 뿐인(혹은 시간 때우는) 사람들, 즉 제3자의 입장에서만 우리나라 스포츠계를 싸잡아 비판한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한국의 야만적 스포츠계'라는 표현은, 스포츠라고는 올림픽 때를 제외하곤 월드컵조차 관심없는(2002년은 제외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지나치신 표현 같습니다.

2. 왜 하필이면 비인기종목을 가지고 '한없이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한국의 스포츠 시스템'을 비판하신 건지요.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한없이~시스템'의 희생자들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네요. 그 '시스템'은 언급하신대로 한국 스포츠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일인데 말이죠.
양궁에 대해 '국가대표 3인의 영광은 이에 들지 못한 1387명의 피눈물 속에서 피어난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면, 축구는 어느 정도겠습니까? 웬만한 학교라면 축구부를 다 가지고 있는 이 나라에서 말이죠. 축구는 양궁보다 훈련이 덜 빡셀테니 괜찮다... 일까요? 

3. 그 혹독한 훈련 속에서도 남아있는 선수들의 '개인적인 선택'은 어째서 간과하시는지요. 그들에게는, 구경만 할 뿐인 우리들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어떤 사정이나, 마음가짐이나, 결단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제 "국가의 영광"과 "가난의 한을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즐기기 위해 스포츠를 원하는 시대가 왔다"고 쓰셨는데요...
최민호 선수는 "포상금(마사회에서 2억이 나온다네요)으로 고생하신 부모님께 집 한채 사드리고 싶다"더군요. 은메달의 왕기춘 선수는 "가족들이 나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부모님께 죄송하다"며 울었습니다. 즐기면서 할 수 없는(혹은 하지 않는) 이유가 선수들 개인들에게도 많은 것 같네요. 이런 내용, 올림픽마다 나오는 거잖아요.
마찬가지로, 작년, 박찬호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 팀내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구단의 반대를 무릅쓰고 베이징올림픽 예선에 참여했던 것 역시 '국가의 영광'을 위한 박찬호 선수 개인의 선택이 아니었던가요. 예선에서의 좋은 활약 때문에 박찬호 선수에게도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되었구요.

4. '한국은 이미 개개인들이 전사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회단계에 접어들었'음에도 '악바리 근성만을 요구했다가 헛물켠' 것이 정말 한국 축구일까요? 그렇다면 히딩크야말로 악바리 근성을 가장 '뽑아낸' 감독이었던 거군요.
만약 정말로 개개인들이 전사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회단계에 접어들었다면, 핸드볼대표의 나이가 30대가 되고, 선수가 줄어 다음 올림픽을 걱정하는 자연스러운 과도기적 단계에 들어선 걸테고, 그 다음은 또 뭔가의 단계에 들어서겠지요. 그것은, 선수들을 포함한 '업계종사자들'의 행동으로 나올 겁니다.

5. 솔직히... 산다는 것 자체가 모두 저런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즐기면서 해! 그래도 잘할 수 있어, 외국 애들처럼'이라는 말씀을 고3 수험생들에게 그대로 적용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고3들도 운동선수들 못지않게 '한없이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한국의 교육 시스템' 속에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들은 운동을 택한 것이고, 우리는 공부와 회사생활을 택한 것뿐 아닐까요. 고등학교의 3년, 재미로 보낸 거 같지 않아요. 10년 넘게 다니고 있는 회사도 취미가 아니거든요. 야간자율학습도, 야근도 하기 싫어요. 우리보고 '회사생활을 취미처럼 즐겨라, 그리고 억대 연봉자(이쯤이 금메달 감이려나요?)가 되어라'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글쎄요.. 일반적인 반응이 어떨까요? 비단 운동을 하는 그들 뿐 아니라, 우리 사회전반에는 힘들게 자신의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 비단 운동만 힘들게 훈련하는 게 문제가 되나요? 일반 사회생활도 충분히 힘들고, 그리 훌륭한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지는 않거든요. 밤 12시까지 일하고, 심지어 밤샘해도, 야근수당 따위 없는 회사들이 더 많습니다. 이러한 '매일의 일상'이 '훈련'보다 낫나요?

6. 어쨌거나 저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잘해주어서 기쁘고, 대표팀이 되기까지, 메달을 따기까지 흘렸을 그들의 땀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들이 기뻐서 흘리는 눈물에 같이 기뻐 눈물이 고이고, 그들이 안타까워서 흘리는 눈물에 같이 안타까워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그들에게 그러한 노력과 고된 훈련과정이 있었을 거라 충분히 짐작되기 때문에 올림픽이 주는 감동은 더한 것이겠지요. 근데 이 포스팅을 보니 왠지... 저의 이런 행동까지 비난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느낌이라 찝찝하군요.

7. 당사자들이 이 글을 본다면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by toro | 2008/08/13 17:02 | 넋두리 | 트랙백

내 눈...ㅠ_ㅠ

어제 <태양의 여자>를 보면서 계속 울어댔더니
....아침에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었다...
굵은 쌍꺼풀 때문에 눈을 뜨기가 매우 거북스럽다.

이 연세에 이게 뭐하는 짓이셔.... -_-;;

by toro | 2008/08/01 09:29 | 넋두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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